함양캐비아 스토리

12년의 꿈과 희망,영롱한 캐비아를 낳았다

지리산 함양 캐비아. 세계 3대 진미(珍味)로 꼽히는 철갑상어의 알 캐비아가 드디어 함양에서 생산됐다. 지난 12년간 김기련·조미정 부부가 온갖 정성을 다해 길러온 철갑상어들. 부부의 정성이 가득 담긴 철갑상어에서 생산된 ‘함양 캐비아’는 그 명성 그대로 바다의 블랙다이아몬드였다. 진한 회색빛의 캐비아에서 터져 나오는 폭발적인 맛은 누구나 한번 맛보면 헤어 나올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지난 12년의 어려움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것 같았어요. 캐비아는 꿈으로만 생각했는데 막상 눈앞에 있으니 너무나 기뻤어요. 평생의 꿈이 이뤄진 거예요” 지난 고생에 대한 보상인지 부부가 생산한 캐비아는 최상등급이었다.

철갑상어와의 첫 만남

부부가 철갑상어를 처음 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이다. 당시 직장생활을 하던 김기련씨는 백전의 철갑상어 양식장을 방문한 이후 그 매력에 푹 빠졌다. “당시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생각했어요. 그러다 만난 철갑상어는 키우는데 조금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딱 좋은 아이템이라 생각했지요.” 그렇게 무언가에 홀리듯 전혀 알지도 못하는 철갑상어 양식이 시작됐다. 양어장 부지 선정에서부터 모든 것이 생소한 일이었다. 아내 조미정씨는 “처음에는 엄청 말렸어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어떻게 하겠어요. 이혼까지 말할 정도로 말렸었는데...”라며 웃었다. 철갑상어에 대한 남편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함께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부부는 이곳저곳 부지를 물색하다 최종 낙점한 곳이 바로 지곡면 정치마을이다. 부부의 주생활이 함양읍에서 이뤄져 멀리 가는 것을 꺼려했던 것도 이유다. 처음 터를 잡았을 당시는 백암산의 맑은 계곡물이 흐르는 청정 자연이었다. 지금은 위쪽으로 행복마을이 들어서는 등 많은 발전이 있었다. 부지선정이 끝나자 일사천리로 양식장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거처할 곳은 마련되지 않았다. “처음 농장을 지을 때는 아무것도 없이 철갑상어만 들여왔어요. 집도 없어서 마을 주민 집에서 신세지기도 했을 정도예요” 당시의 고생이 아직도 생생한 조미정씨. 낮에 남편이 일을 나가면 양식장 일은 모두 아내의 몫으로 남았다. 김기련씨는 “저는 아침에 1시간, 퇴근 후 1시간 정도 밖에 일을 못했지요. 대부분을 아내가 했어요. 아내에게 정말 고맙고 감사하고 미안해요”라고 말했다. 

꿈이 담긴 철갑상어 양식장

부부의 철갑상어 양식장. 2동의 양식장에는 3000미와 2000미씩 나눠져 관리된다. 대형 수조 8개에가 놓인 큰 양식장에는 3000尾(종류에 상관없이 생선 1마리를 뜻하는데 미(尾)는 한자어로 꼬리미를 뜻함)의 대형 철갑상어들이 힘차게 배회한다. 1m가 넘는 엄청난 대형 철갑상어는 보기만 해도 위엄차다. 그 놈들의 뱃속에 자리 잡았을 알(캐비아)을 생각하면 더욱 엄청난 놈들이다. “손톱만한 치어들이 12년 동안 이렇게 자랐어요” 자랑스럽게 말하는 김기련씨. 그동안의 노력에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 김기련씨가 다가가자 자식 같은 철갑상어들이 더욱 힘차게 물살을 갈랐다. “철갑상어는 제때 먹이를 주고 수질관리를 잘 해주는 일 외에는 육체적으로 크게 힘든 부분은 없어요” 힘든 일은 없지만 항상 양식장을 지켜야하는 것은 곤혹스런 일이다. 철갑상어 양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선한 물과 공기다. 그래서 부부에게는 전기 공급이 무엇보다 우선한다. “새벽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물소리와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지 귀를 기울입니다. 그 소리가 나지 않으면 깜짝 놀라 뛰어나가기도 해요. 이것이 지난 10여년 간 버릇처럼 굳어진 일이예요” 잠깐의 단전이라도 발생하면 철갑상어에게는 치명적이다. 그래서 항상 부부 중 1명은 양식장을 지킬 수밖에 없다. “이번 여름에 인근의 전봇대가 벼락을 맞아 정전이 된 적이 있었어요. 다행히 비상발전기가 있어 바로 가동됐지만 그 짧은 시간에 100마리 정도가 죽기도 했어요.” “어디 멀리 가지도 못해요. 몸은 밖에 있지만 마음은 항상 양식장에 있어야 했어요” 고되고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 속에서 평소 좋아하는 책도 읽고 글도 쓰면서 힘든 것들을 이겨냈다는 조미정씨. 철갑상어는 냉수어종으로 추운 것은 괜찮은데 더운 것은 상당히 좋지 않다. 지난여름 그 무더위 속에서 온도가 28도까지 올라가기도 해 얼음을 수조에 넣어 주는 등 세심하게 관리했다. “3년째 될 당시가 가장 힘들었어요. 외출도 제대로 못하고 항상 농장을 지키고 있어야 했으니까요. 5년이 지나니까 무뎌지고, 7~8년 지났을 때부터 초월한 것 같아요” 조미정씨는 웃음으로 그 동안의 고생을 이야기했다.
힘든 것은 육체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생계로도 이어졌다. 1달에 약 500만원 이상 들어가는 사료값과 전기료 등이 지난 12년간 꾸준하게 소모됐다. 남편이 벌어오는 급여로 빠듯하게 충당했지만 만만치 않은 금액이었다. “아내에게 큰소리도 치지 못해요. 제가 죄인이죠”라며 멋쩍게 웃는 김기련씨. 

철갑상어를 위한 노력 또 노력

이곳에서는 러시안 품종 철갑상어를 기른다. 국내에는 대부분이 시베리안 품종으로 시베리안 품종은 7년이면 캐비아 생산이 가능하지만 러시안은 10년 정도 길러야 생산할 수 있다. 그 만큼 오랜 기간의 노력과 정성이 들어가지만 맛에서는 러시안 품종이 월등하게 좋다. “철갑상어를 사육하고 생산하는 곳은 국내에 몇 곳 되지 않아요. 특히 민간인이 하는 곳은 거의 없어요. 전국적으로도 함양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요.” 철갑상어에 대해 이야기하는 김기련씨에게서 자신감이 묻어났다. 
캐비아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철갑상어의 배를 가르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뱃속에 들어있는 캐비아가 얼마나 숙성되었는지 외형적으로는 알 수가 없다. 그는 철갑상어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내시경을 직접 만들었다. 철갑상어의 배에 작은 상처를 내고 직경 0.9cm의 내시경을 집어넣어 판별할 수 있었다. 암수 구분을 위해서도 배를 째고 안을 들여다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기를 마취시킬 수밖에 없다. 철갑상어가 워낙 크고 힘이 세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최소한 1cm는 절개를 해야 하는데 그는 0.5cm 크기의 내시경을 넣어서 노트북 화면으로 상태를 확인한다.
그는 캐비아를 공부하기 위해 세계 각처를 다녔다. 일본의 유명한 캐비아 축제장을 찾아 가기도 했다. 정작 일본에서 철갑상어를 보지도 못한 채 돌아서야 했던 일도 있었다. 
힘들었던 만큼 결실도 크다고 했던가. 부부에게 올해는 가장 기억에 남는 해이다. 12년간의 노력

12년의 기다림, 캐비아의 꿈이 현실로

지난 12월2일. 부부가 처음으로 캐비아를 생산한 날이다. 평생을 받쳐 키운 귀한 자식 같은 캐비아를 받아들고 너무나 기뻐했다. 물론 생산된 캐비아도 상당히 질이 좋았다. 영롱한 짙은 회색빛의 캐비아가 그 동안의 고생에 대한 보답처럼 느껴졌다. “물론 기뻤죠.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였어요. 그동안의 꿈이 실현되는 날이었으니까요” 약 3.5~4mm 정도의 큰 크기를 자랑했다. 철갑상어의 황재라 할 수 있는 벨루가 캐비아 정도의 크기다. 벨루가는 철갑상어 알 중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품종이다.
캐비아를 생산하기 위한 과정은 복잡하다. 일단 철갑상어의 배를 갈라 알집에 가득한 알을 꺼낸다. 이를 여러 번 씻으며 촘촘하게 붙어있는 알들을 하나씩 분리해 나간다. 처음에는 마치 개구리알처럼 서로 엉겨있는 알들을 하나씩 분리하는 것이다. 이것을 소금 염장을 통해 간을 맞추고 용기에 담아 보관한다. 소금 염장도 아주 중요하다. 외국에서 들여오는 캐비아는 약 8% 정도로 염장해 굉장히 짜다. 부부는 쉽게 먹을 수 있도록 3%만 염장한다. “요즘에는 저염식이 대세로 짠 것을 많이 싫어하잖아요. 그래서 3% 염장만으로 쉽게 먹을 수 있게 했어요”
첫 캐비아를 생산하는데 12년이 걸렸다. 캐비아는 철갑상어 내부에서 처음에는 하얀색이었다가 노란색, 그리고 점점 검은색으로 변해간다. 자연 속 철갑상어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알을 방사하게 되는데 수조 속에서는 방사하지 못하고 다시 흡수한다. 그리고 2년이 지나면 더욱 우수한 캐비아가 나오게 된다. 
캐비아 첫 생산을 위해 부부는 전용 용기도 직접 유리공장을 찾아 주문 제작했다. 캐비아는 보통 유리병에 담겨 판매된다. 부부는 1온스(28.35g)짜리 아담한 용기에 정성스럽게 캐비아를 담아냈다. 

다시 시작되는 캐비아의 꿈

바다의 블랙다이아몬드라 불릴 정도로 엄청난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철갑상어의 알 캐비아로 1온스에 18만원으로 정도다. 그렇지만 비싼 만큼 제 값을 한다. 캐비아는 다른 알에 비해서 지방이 없으며 비타민, 단백질이 많고 칼로리가 낮다. 다이어트에도 좋고 우리 몸의 영양분을 채워줄 수 있는 완벽한 식품이다. 또 미네랄과 오메가3와 같은 필수 지방산이 다량 함유되어 노화방지와 면역력 증가에도 탁월하다. 그 영양 비율이 잘 맞아서 적은 양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김기련씨는 “외국에서는 생선의 알만 빼내 가져오면 모두 캐비아라고 해요. 우리는 철갑상어의 알만 캐비아라 하는데.”라고 아쉬워했다. 흔히들 청어알이나 날치알이 우리나라로 들어와 철갑상어 알인 캐비아로 변하는 것에 대한 우려다.
캐비아를 먹는 방법도 친절하게 설명했다. “캐비아를 먹을 때는 쇠로 된 젓가락을 사용하면 곧바로 산화되어 캐비아의 맛 자체가 달라지게 되요. 도자기로 된 것이 가장 좋고, 플라스틱 젓가락도 괜찮아요” 비싼 만큼 먹는 것에서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래서 캐비어를 즐기는 이들은 손등에 올려서 먹는다. 캐비아의 조직이 사람의 피부와 가장 비슷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입맛에는 맞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한번 맛보면 계속해서 먹고 싶고, 맛본 사람은 계속 찾게 되는 자꾸만 당기는 맛이 바로 캐비아예요” 직접 생산한 캐비아에 대한 자랑이 이어졌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생산되는 캐비아의 다음 문제는 판로다. “이제 시작이지요. 판로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어려워요.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생산되어 판매된 적이 거의 없으니까요” 물론 다른 곳에서도 생산은 되고 있지만 부부가 생산하는 것 만큼의 양이나 질적으로 앞서지 않아 부부가 판로를 직접 개척해야 한다. 최근에는 직접 생산한 캐비아를 전문 쉐프에게 보내 극찬을 받기도 했다. “앞으로 많이 나갈 것 같아요. 전국적으로 알려진다면 판로는 어느 정도 괜찮을 것 같은데. 함양을 제외하고 다른 지역에서 생산되는 것은 없다고 장담할 수 있어요” 그는 캐비아를 판매해기 위해 식품가공업 허가를 신청했다. 우리나라에서 철갑상어로 식품제조 허가를 받은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
12년 간의 기다림과 수확. “이제는 철갑상어 알 캐비아가 식탁에도 오르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 세계 3대 진미의 맛을 느껴봤으면 합니다” 우리나라 캐비아 1번지 함양을 만든 김기련·조미정 부부. 부부의 꿈, 캐비아의 꿈이 영글기까지 어려움도 유혹도 많았지만 꿋꿋하게 한길만을 달려온 함양 캐비아 김기련·조미정 부부의 이야기다.    

↑↑ 캐비아를 쉽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식빵 위에 올려 먹는 캐비어 카나페를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 궁합이 좋은 홍시를 첨가하면 더욱 맛있다.